SNS

나는 왜 책을 무료공개했나…’소통이 웹이다’

체리사탕 2010. 8. 19. 14:41

1994년에 개봉한 자케이카의 봅슬레이 신화를 다룬 영화 <쿨러닝>(Cool Runnings)에서 주인공 디라이스의 코치 어브는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수상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는 세 번째 우승을 하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하루 아침에 추락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디라이스는 전의 어브와 마찬가지로 금메달을 목표로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그 대목에서 그는 자신이 목표하는 금메달을 이미 손에 쥔 바 있는 어브에게 묻는다. 왜 모든 것을 다 가진 당신이, 금메달을 두 번이나 딴 당신이 부정 행위를 했어야 했냐고. 그 때 어브는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겨야만 해서 경기에 나가게 됐다고. “금메달을 가지지 못해서 부족하면 금메달을 가지고 나서도 허무하기 때문에 또 다른 금메달이 필요했다”라고.

나는 2010년 초에 <소셜 웹이다>라는 책을 네시간 출판사를 통패 발표했다. 책을 쓰는 수 개월의 기간 동안에는 잠도 잊고 휴일과 명절도 반납하고 쓴 ‘나의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금메달을 따는, 그래서 금메달을 딴 그 자체가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내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책이 나오고 나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자 한 두번 외부 강연을 나간 적이 있었는 데 원칙을 정했다. 강연 초청에 대해서 응하는 조건은 항상 ‘무료 강연’이었다. 물론, 밥을 먹고 사는 인간인 이상 돈이 싫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유료 강연으로 잠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길게 보고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는 일에 힘을 쏟고 싶었다.

동시에 처음부터 이번에 결정한 책의 ‘공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료로 공개된 MIT의 대학 강의 자료들인 ‘오픈 코스웨어’(Open Course Ware)를 보면서 소셜 웹에 대한 관심을 싹 틔우지 않았던가.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지식이 쌓인 것은 그 관심에서 출발한 것이니 당연히 나도 무언가를 이 디지털의 강물에 돌려 보내야 한다.

그것이 도리다.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마음 속에 항상 책은 ‘파는 것’ 이전에 ‘읽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누군가 산다고 해서 이 책이 더 가치있는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책이 책 답게 되는 것은 누군가 그 책을 읽고 그것이 읽는 이의 삶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때이다.

그래서 출판 계약 초기부터 출판사에 책의 ‘공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후 책의 웹을 통한 무료 공개와 공유 그 자체, 방법 등에 대해서 긴 시간 논의를 거쳤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난 7월 20일 ‘스크리브드’(www.Scribd.com)라는 온라인 개인 출판을 위한 사이트를 통해 <소셜 웹이다>를 전면 공개했다.

책을 공개하고 난 느낌은 행복하다. 영화 <쿨 러닝>에서 주인공 디라이스가 이끄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아주 우수한 경기를 했음에도 낡은 썰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중간에 탈락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봅슬레이를 들고 결승선을 통과하고 진정한 영웅이 된다. 바로 그 느낌이었다.눈 앞의 이익은 포기했더라도 내 책에서 내가 주장한 바를 실천했으니 할 몫을 다한 기분이었다.

책의 원고를 탈고하고 난 이후로는 그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책의 판매, 사람들의 평가 등에 대해 신경이 쓰여 노심초사했다. 그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가보면 ‘판매지수’를 볼 수가 있는 데 매일 그 것을 보며 내 책이 얼마나 팔렸는 지 확인했다. 책에 관한 리뷰 하나 하나를 마음 졸이면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치 본업은 내버려 두고 주식에 목매달고 있는 사람처럼,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팔리는 것’ 이전에 ‘읽혀야 하는 것’인데, 나는 팔리는 것에 급급했다.

나아가 사실 경제적 가치를 초월한 상호 소통의 가치에 대한 강조가 <소셜 웹이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웹이 서로 나눔을 통해서 더 큰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전하려 했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파이를 나누면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들지만, 웹에서는 나누면 나눌수록 그 것이 더 커진다. 오프라인에서 <소셜 웹이다>는 내가 가지면 너는 가질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내가 가져도 너에게 복사해서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드는 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이 것은 웹이란 생태계가 ‘나눔질’이 ‘지속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말한다. 마치 지상에서는 날 수 없는 인간이, 진공 상태에서는 공중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지속 가능한 나눔’이 웹을 통해서 가능해질 수 있다.

사실, 이것이 고작 30년의 역사 밖에 안되는 월드 와이드 웹(WWW)이 세상을 바꾼 이유였다.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개방하고, 공유하고, 그래서 함께 창조하는 지속 가능한 나눔질의 능력. ‘소통’이 곧 웹 발전의 ‘정체’였다. 나는 그 것을 말하고 있었던가. 그리고 그 말을 실제로 행하고 있었던가. 금메달을 위해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라, 금메달보다 더 지킬 것이 있기 때문에 그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질문이 ‘소통이 웹이다’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소셜 웹이다>를 썼으면서도 판매지수에 목 매달 때 내 마음을 울렸던 것이다.

물론, 책을 웹에 무료 공개한 이  순간에도 <소셜 웹이다>의 종이책은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 내가 만드는 모든 콘텐츠를 다 무료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 이해 조정과 상황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7월 20일에 공개해서 아직 한 달이 안 된 <소셜 웹이다>는 ‘스크리브드’의 해당 페이지를 통해 측정해봤을 때 현시점에서 9천 129명이 읽었고 913명이 PDF 파일을 다운로드했다. 조만간, 오프라인에서 팔리고 읽힌 숫자를 초월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책에 대해서 옳은 일을 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유료’냐 ‘무료’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전달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팔리고 조용히 서점가에 사라지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팔리는’ 그 자체가 생략이 되더라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더 읽히는 것이 읽히기 위해 태어난 책의 목적에 더 맞는 일이니까.

그리고 책의 결론에서 쓰다시피 나는 스스로의 시대적 사명을 모든 사람이 인간의 본성인 창조성을 일상에서 실현할 수 있는 ‘창조성의 민주화’를 달성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그 같은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소셜 웹의 주제 영역을 경영부터 교육까지 넓게 잡은 것이었다.

내가 그 것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라 후일 PDF로 파일로 책을 공개하고, 앱으로 만들어서 모바일, 태블릿 PC에서 볼 수 있게 해 이용성을 높이고, 나아가 TXT 파일을 위키(Wiki)로 변환해서 올리면 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이 내용을 보고 자유롭게 편집하고,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셜 웹’에 관심있고 열정있는 누구나가 소셜 웹에 대한 더 나은 잘 정리된 자료를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 <소셜 웹이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 이 책은 애초부터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이 다시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웹이었다. 소통이었다. 소통이 웹이었고, 그 것이 내게 ‘소셜 웹’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행한 책의 공개(open)은 말 그대로 문을 ‘열은’ 것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문을 열은 이 콘텐츠가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개방을 통한 혁신이, 공유를 통한 창조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책이 하나의 잠자는 콘텐츠가 아니라 숨쉬는 플랫폼이 되기 위한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