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징크스가 있다. 늘 바쁠 때면 '머피의 법칙'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머피의 저주는 매우 구체적인 것인데, 꼭 필요한 정보는 늘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이다. 꼭 연락해야 할 연락처, 오늘 따라 누가 꼭 좀 달라는 파일, 모처럼 첨부했으면 좋을 듯한 참고 자료 등등 필요한 정보만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 그저 실소만 나온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좀 해보겠다고, 노트북에 핸드폰에 여기에 다시 PDA까지 온갖 정보 단말로 무장하기라도 한다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덩어리마다 어떤 정보가 들어 있는지 주인이 확실히 정리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급하게 메모해 놓은 팩스 번호를 찾기 위해 폰을 열어야 할지, 노트북을 열어야 할 지, PDA를 열어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유비쿼터스는 유비쿼터스인데 정보가 아닌 그저 계산기의 유비쿼터스가 되어 버린 셈이다.
왜 필요한 정보는 늘 저 너머에 있을까? 너도 나도 u-시대를 부르짖는 배경에는 브로드밴드와 와이어리스 테크놀로지가 가능케 한 IT 인프라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가 내 손 위에 놓인다는 'U'의 환상은 이러한 인프라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님을 머피의 법칙은 가르쳐 준다. 당장 유비쿼터스에 필요한 것은 어떻게 정보가 내 손에 놓일 수 있는지 그 경로를 찾는 일인 것이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해법은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일원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우선 끊어지지 않는 정보의 모세혈관으로 우리 주위의 수많은 기기들이 탄탄히 엮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엮인 혈관이 흐르는 정보를 소중히 보관하는 믿음직한 심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둘 다 여의치 않다. 작금의 무선망이 모세혈관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요금도 안정성도 벽이고 무선 단말의 배터리도 벽이다. 또한 정보의 중앙 집중 관리에는 정서적 한계가 있다. 나의 비밀 일기, 인맥, 사업 기밀을 어느 누구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그러지 않아도 여러모로 불안한 서버에는 올리고 싶은 정보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정보를 모으는 일은 정보를 쓰는 사람 당사자의 몫이 되고 만다. 다행히 꼼꼼하고 부지런한 성격이라면 수습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일상인은 더 소중한 일을 하느라 그런 일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결국 정보는 제멋대로 중구난방 여기저기 흩어져 복잡계로 빠져 버리기 마련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 보자. 업무와 가정생활에 각기 다른 PC를 활용하고 있지만, 북마크는 제 각각 증식 중이다. 언젠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등록해 둔 즐겨찾기는 마침 꼭 다른 PC에 있다. 북마크 대신 블로깅을 하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남에게 밝히기 싫은 북마크 따위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여러분의 머리에 떠오르는 바로 그 해법이야 말로, 유비쿼터스의 이상을 위해 가장 요긴한 요소인 것이다. 바로 동기화,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이다. 동기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발생한 원천 데이터를 소중하게 다른 곳으로 파급시키기 위한 철저한 얼개를 말한다. PDA에 기록한 데이터는 나의 핸드폰과 노트북, 그리고 안방의 PC에서도 소중하게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동기화는 그리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솔루션이 등장했다. 필자 역시 윈도우CE PDA와 PC의 아웃룩은 액티브싱크(ActiveSync)로, 아웃룩과 스카이 핸드폰은 스카이 데이터매니저로 3자간 동기화를 수행하고 있다. 로터스 노츠와 PDA와의 싱크도 가능하니 사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어쨌거나 총 4자간 동기화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탄력 받아 네이버 연락처까지 아웃룩과 동기화한다면 5자간도 가능하겠지만 다행히 필자는 그렇게 부지런하지는 않다.
북마크도 모질라 파이어폭스의 Bookmark synchronizer를 사용한다면 FTP 사이트를 통해 동기화를 해준다. 아직 파이어폭스도 이 모듈도 미완성이라 버전 부정합 문제 등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브라우저가 실행될 때마다 네트워크를 통해 북마크를 동기화한다는 발상은, 향후 IE와 MSN의 연동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MS를 자극하는 일이야말로 오픈 소스의 자유로운 발상이 지닌 힘이다.
동기화는 업로드와 업데이트라는, 사람이라면 귀찮게 느낄 수밖에 없는 작업을 대신 자동화한다. 그로 인한 편의는 누구나 겪는 순간 매료되고 만다. 그렇기에 이를 플랫폼 레벨에서 그간 다루지 않았음은 오히려 의아한 일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애플과 MS는 팔을 걷어 붙였다. 애플의 ‘iSync’는 맥OS X와 핸드폰, 아이포드 등 다양한 장비와 일정 데이터를 싱크한다. 액티브싱크라는 애드온에 안주했던 MS는 MTP(Media Transfer Protocol)를 통해 동기화를 더욱 보편화한다. 이름이 암시하듯 모든 정보 미디어를 동기화할 요량인데, 우선 WMP(Windows Media Player) 10과 포터블 미디어 센터라는 자신의 단말 표준에 채택하고 있다. 차기 OS 롱혼은 동기화를 플랫폼의 유전자에 삽입할 예정으로, MTP가 그 원형이 될 것이 자명하다.
PC를 벗어나 수많은 정보 단말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는 기업에 있어서 동기화야 말로 망사업자와 같은 인프라 업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유비쿼터스 영역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보를 동기화시킨다는 매력은 인프라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세력권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세력권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저작권 관리 등 적극적인 조종과 개입이 가능하므로 새로운 수익 원천을 확보하는 것이다. 흔히 인프라 사업자의 몫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사업 분야가 동기화를 잡은 이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셈이다.
MS는 이미 USB 포럼에 MTP 표준안을 제출했다. MTP는 이미 삼성과 Creative 등의 벤더가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 기능으로 채택했고, 캐논이 IP를 통한 MTP를 이용 디카와 프린터간의 무선 동기화를 꾀하고 있음은 세력권의 파급 상황을 드러낸다.
누가 이 시장을 차지하든 간에 MS도 애플도 모질라도 동기화를 플랫폼의 일부로 인정해 가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PDA에 끼적거린 아이디어가 충전 하는 중에 블로깅 되고, 모처럼 잡은 셔터 찬스도 크래들에 올려놓는 순간 홈피와 카페에 올려 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집에서 밤새 작업한 파일을 두고 출근하거나, 집에서 보려고 몰래 받아 놓은 파일을 회사에 놓고 퇴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상을 반복하는 우리들이기에 미래의 동기화가 어떠한 혜택을 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동기화는 단순한 정보의 복제가 아니다. 소용이 다한 정보를 지워 주고, 소중한 정보를 잃지 않게 해 주는 정보 생활의 신진대사와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만반의 믿음직함이 요구된다. 동기화가 늘 상기해야 할 것은 컴퓨터 안에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삶'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궁극적인 동기화란 자신의 삶이 가상세계에 그대로 '싱크'되는 것 아니겠는가. 가상세계와 실세계의 싱크야 말로 앞으로 동기화가 짊어져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 동안 PDA 매니아들이나 입에 담던 '동기화'란 일개 기능을 지금 이 순간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핵심 요소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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