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국내 오페라의 간판 테너’ 가운데 하나인 김재형의 독창회가 열렸다. 즐겨 부르던 오페라 아리아 대신 모처럼 말러와 이탈리아 작곡가의 가곡을 골라들었다.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음대 학장), 지휘자 임헌정(부천 필하모닉 음악 감독), 베이스 양희준 등 중견 음악가와 음악 팬들이 모두 모였다. 2부 이탈리아 가곡에서 김재형은 무거운 외투라도 벗어던지듯, 자신의 목소리를 맘껏 뽐냈다.
하지만 객석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1층 B·C열에 앉은 어린이 관객 10여 명이 칭얼대고, 일어났다가 앉았다를 반복하고, 공연 도중에 급기야 뛰쳐나가기도 했다. C열 22·23번 좌석의 남자 아이들은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주변 관객들이 손짓으로 주의를 줬고, C열 28번의 여자 꼬마 관객은 앞자리와 뒷자리를 바꿔가며 뛰어다니는 바람에 어머니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놀이터’인지 ‘콘서트홀’인지 불분명했지만, 공연장은 2시간 내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음악회 출입 연령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공연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8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나루아트센터 객석 안내인(어셔)은 “공연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공연장 밖으로 끌어내기도 하지만, 아이가 8세 이상이라고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면 우리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난처해했다.
고양아람누리 같은 곳은 공연 시간 동안 아이들이 미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별도의 탁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음악회가 열리는 동안,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탁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공연장 건물만 번듯하게 짓는 것이 아니라, 관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아쉽기만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22/20070522000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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