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하는 설치미술가 구동희 "많이 봤던 이미지 재탕한 그림은 싫어" 일상에서 느낀 것을 작품으로 변환시켜
보통사람들에게 서울 신사동에 있는 아틀리에 에르메스는 들어가기 살짝 겁나는 공간이다. 겨울 햇볕이 금색 유리 벽을 투과해 나무 마루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이 전시장은 명품 수입업체인 에르메스 코리아 본사 3층에 있다. 가격표에 '0'이 매우 여러 개 붙은 가방·구두·도자기·향수·팔찌 사이를 가로질러, 난간에 흰 가죽을 씌운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야 한다.
이 호사스런 공간은 연중 공짜다. 그런데도 언제 가나 기자와 미술계 인사 외엔 관람객이 거의 없다. 아틀리에 에르메스는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뽑아 작품 제작비를 대주고 1년에 4~5차례 기획전을 열어준다. 이 공간의 효용에 대한 미술계의 의견은 냉온(冷溫)이 엇갈린다. 미술 평론가 임근준(37)씨는 "1990년대에 아트선재센터가 했던 역할을 2000년대 들어 아틀리에 에르메스가 하고 있다"고 추켜 세웠다. 전위적인 작가들을 발굴해 한국 사회에 소개하려 한다는 뜻이다. 반면 "대중과 거리가 먼 전시를 한다" "해외 미술계의 최신 담론을 따라가는데 급급한다" "지적 허영이 넘치는 작품을 과대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구동희(34)씨는 평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하나다. 홍익대 조소과와 예일대 순수미술 석사 과정을 마친 구씨는 '개념미술'을 한다. 쉽게 말해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상상한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미술 작품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기념품', '지구 다이버', '발바닥 굳은 살은 얼지 않는다' 등 설치 작품 3점, 사진 3점, 11분 30초 분량의 동영상 1점을 냈다.
그녀는 "나는 미술도 '학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천 년간 쌓인 미술의 역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이냐를 놓고, 지금 이순간에도 작가와 평론가들이 각자의 소신에 따라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치열하게 탐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얘기다.
"흔히 '이발소 그림'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발소에 안 가본 사람도 대충 어떤 그림인지 알지요. 많이 봤던 이미지를 재탕한 그림을 보면 기획상품 같아요. '신선할 게 없는 일을 왜 자꾸 반복할까' 싶지요."
구씨의 작품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념품'(2×2×2.5m)은 나무 판자로 일본 긴카쿠지(金閣寺) 모형을 만든 뒤 불에 꺼멓게 그을리고, 그 잔해를 천장까지 닿는 팔각 거울 한 가운데에 세운 것이다. 관람객들은 거인국 사람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모형 속에 쑥 빠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에 나오는 긴카쿠지를 동경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관광객이 우글거리고, 가게엔 조야한 기념품이 넘쳤어요. 오랫동안 동경했던 긴카쿠지는 현실엔 없는, 제 머릿속의 긴카쿠지에 불과했죠. 그러나 관객이 꼭 제 의도와 똑같은 해석을 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구씨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볼 때 "제가 미처 몰랐던, 세상에 대한 힌트가 묻어 있는 작품에 경탄한다"고 했다. 다른 작가와 관객에게 그녀가 듣고 싶어하는 평가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구씨가 자기 목표에 얼마만큼 육박했는지 관객 각자가 친하게 지내는 누군가와 함께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무료 전시장에 들러 갑론을박해볼 만하다
보통사람들에게 서울 신사동에 있는 아틀리에 에르메스는 들어가기 살짝 겁나는 공간이다. 겨울 햇볕이 금색 유리 벽을 투과해 나무 마루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이 전시장은 명품 수입업체인 에르메스 코리아 본사 3층에 있다. 가격표에 '0'이 매우 여러 개 붙은 가방·구두·도자기·향수·팔찌 사이를 가로질러, 난간에 흰 가죽을 씌운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야 한다.
이 호사스런 공간은 연중 공짜다. 그런데도 언제 가나 기자와 미술계 인사 외엔 관람객이 거의 없다. 아틀리에 에르메스는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뽑아 작품 제작비를 대주고 1년에 4~5차례 기획전을 열어준다. 이 공간의 효용에 대한 미술계의 의견은 냉온(冷溫)이 엇갈린다. 미술 평론가 임근준(37)씨는 "1990년대에 아트선재센터가 했던 역할을 2000년대 들어 아틀리에 에르메스가 하고 있다"고 추켜 세웠다. 전위적인 작가들을 발굴해 한국 사회에 소개하려 한다는 뜻이다. 반면 "대중과 거리가 먼 전시를 한다" "해외 미술계의 최신 담론을 따라가는데 급급한다" "지적 허영이 넘치는 작품을 과대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구동희(34)씨는 평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하나다. 홍익대 조소과와 예일대 순수미술 석사 과정을 마친 구씨는 '개념미술'을 한다. 쉽게 말해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상상한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미술 작품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기념품', '지구 다이버', '발바닥 굳은 살은 얼지 않는다' 등 설치 작품 3점, 사진 3점, 11분 30초 분량의 동영상 1점을 냈다.
그녀는 "나는 미술도 '학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천 년간 쌓인 미술의 역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이냐를 놓고, 지금 이순간에도 작가와 평론가들이 각자의 소신에 따라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치열하게 탐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얘기다.
"흔히 '이발소 그림'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발소에 안 가본 사람도 대충 어떤 그림인지 알지요. 많이 봤던 이미지를 재탕한 그림을 보면 기획상품 같아요. '신선할 게 없는 일을 왜 자꾸 반복할까' 싶지요."
구씨의 작품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념품'(2×2×2.5m)은 나무 판자로 일본 긴카쿠지(金閣寺) 모형을 만든 뒤 불에 꺼멓게 그을리고, 그 잔해를 천장까지 닿는 팔각 거울 한 가운데에 세운 것이다. 관람객들은 거인국 사람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모형 속에 쑥 빠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에 나오는 긴카쿠지를 동경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관광객이 우글거리고, 가게엔 조야한 기념품이 넘쳤어요. 오랫동안 동경했던 긴카쿠지는 현실엔 없는, 제 머릿속의 긴카쿠지에 불과했죠. 그러나 관객이 꼭 제 의도와 똑같은 해석을 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구씨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볼 때 "제가 미처 몰랐던, 세상에 대한 힌트가 묻어 있는 작품에 경탄한다"고 했다. 다른 작가와 관객에게 그녀가 듣고 싶어하는 평가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구씨가 자기 목표에 얼마만큼 육박했는지 관객 각자가 친하게 지내는 누군가와 함께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무료 전시장에 들러 갑론을박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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