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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블랙홀' 스마트폰이 미워!

체리사탕 2011. 2. 26. 17:24

요즘 출퇴근길 지하철에선 MP3에 이어폰 잭을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로 영화·드라마·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 [조선일보]지난 24일 오후 MP3 등 각종 휴대용 IT기기를 판매하는 서울의 한 전자상가. 손 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조선일보]

24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전자상가. MP3 매장과 휴대폰 매장의 모습이 큰 대조를 이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취급하는 휴대폰 매장에는 이것저것 문의하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MP3나 PMP, 전자사전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MP3를 파는 D사의 김모씨는 "과거 주말이면 하루 20~30명 이상이 찾아왔는데, 요즘은 주말에 2~3대 겨우 팔고 평일엔 문의하는 손님조차 없다"고 말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닷컴'의 제품 판매 추이를 보면, 작년 1월을 100으로 놓았을 때 스마트폰 판매량은 8~9월까지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MP3와 PMP 등은 1년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그림 〉 업계에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약 8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13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 이후 개인이 '휴대 가능'한 정보의 양은 무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를 종이의 발명이나 인쇄술의 보급에 비할 만한 것으로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유선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보다 5배 정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외신에선 2012년이면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PC를 통한 인터넷 접속 수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9일 시장조사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타사(社)의 자료를 인용, "작년 4분기 스마트폰의 공급량이 처음으로 PC 공급량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은 기능이 중복되는 기존 휴대형 기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작년 10월 "스마트폰이 소니와 닌텐도가 주도하는 휴대형 게임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전했다.

변화의 바람은 IT(정보통신)기기 시장에만 부는 것이 아니었다. 연말연시가 대목인 '다이어리'도 올겨울 유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문구류 판매코너 담당자는 "정확하게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해 (다이어리 판매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일정관리 습관이 다이어리북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양지사 관계자는 "IT기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쓰기'가 갖는 문화적·정서적 체험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사무 공간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휴대폰으로 기업 내부망 접속이 가능한 '업무용 앱'이 보급되면서 물류·금융·유통업계 영업직을 중심으로 외근과 내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직원들이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윌리엄 미첼 MIT 건축·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내다본 "모바일 인터넷 기기로 인해 기존의 공간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스페이스'로 바뀔 것"(이코노미스트, 2008년4월)이라던 말이 실현되고 있다.

기존 업체들로선 가만히 앉아 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시스템 다이어리를 만드는 프랭클린플래너는 작년 12월부터 스마트폰용 유료앱을 개발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기존 제품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결합시킨 '대응 제품'도 나오고 있다. 내비게이션 '아이나비'를 만드는 팅크웨어는 최근 통신 및 무선 인터넷 기능을 도입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도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지만, 운전할 때마다 붙였다 떼는 것은 무척 불편하다"며 "오히려 고정 장착된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무선인터넷을 도입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수석연구원은 "향후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주도권이 한두 제품으로만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4~10인치 화면 제품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