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자유롭게 공유되고, 많은 사람이 협력해 처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낸다.’
오픈소스 운영체제 리눅스의 정신이다. 리눅스 운영체제는 무료로 배포되고, 누구든지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운영체제인 셈이다. 리눅스는 현재 전세계 서버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성장한 운영체제 중 하나다.
리눅스의 이 같은 정신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다. 그것도 돈으로 움직이는 영화사다. 전세계에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파라마운트픽처스가 주인공이다. 파라마운트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5월19일, 새 영화 ‘터널(Tunnel)’을 영화 팬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영화 터널의 씨앗 파일은 터널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파라마운트가 새 영화를 무료로 배포한다는 점도 놀랍지만, 영화를 배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터널’을 각종 자료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토런트를 통해 배포한다.
토런트는 영화사가 특히 앙심을 품고 있는 공유 수단이다. 국내 웹스토리지 시스템처럼 회원가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료가 직접 공유되는 것도 아니어서 단속하기도 어렵고, 차단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2010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영화 ‘아바타’도 세계 곳곳에서 무려 1600만건 이상 토런트를 이용해 공유됐다. 영화사가 토런트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이유다.
토런트를 통해 무료로 유통되는 자료는 영화 뿐만이 아니다. 음원에서부터 상용 소프트웨어, 게임 타이틀, 심지어 운영체제까지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불법 자료 유통의 온상이라고 부를 만 하다.
토런트의 이 같은 성격 때문에 파라마운트는 토런트와 적대관계에 있는 셈이다. 파라마운트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파라마운트는 새로운 수익 시스템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극장이나 DVD로도 출시하지 않은 새 영화를 토런트로 무료로 배포하는 과정은 영화를 홍보하는 단계다. 홍보 단계가 끝나면, 특별판 DVD를 제작해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파라마운트는 토런트로 영화를 배포하는 단계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바로 ‘자발적 기부’다. ‘135k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인 이 기부 시스템은, 영화 터널을 무료로 감상한 영화 팬들에게 영화 프레임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90분짜리 영화를 이루는 전체 프레임 개수가 13만5천개이기 때문에 135k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화 프레임 1개당 가격은 1달러이고, 한 사람은 1분 분량에 해당하는 1500개 프레임까지 구입할 수 있다. 특정한 프레임을 소장한 팬에게는 영화 수익금의 1%를 배당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영화 프레임 판매와 연계한 이같은 기부 시스템은 영화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 터널의 프레임은 3만7천여개가 팔려나갔다. 프레임 판매와 기부 시스템을 결합한 새로운 수익구조인 셈이다.
영화를 무료로 배포하고, 팬들로부터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일. 이 같은 수익구조를 통해 영화사는 박스오피스나 기타 영화 제작을 방해하는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파라마운트쪽 설명이다. 리눅스의 오픈소스 정신과 비슷하다.
파라마운트가 영화 ‘터널’을 통해 실험하고자 하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불법 자료공유 플랫폼의 대명사인 토런트의 유통 시스템에 대한 실험도 포함돼 있다. 토런트는 국경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세계 최대 유통채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토런트를 통해 수익을 낼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토런트는 불법 자료공유 채널이 아니라 훌륭한 유통 비즈니스 모델로 둔갑하게 된다.
영화 ‘터널’은 배포를 시작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1만1천여명이 공유 중이다. 배포 중인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내려받는 속도도 빠르다. 사용자가 원하는 화질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720p 급 HD와 SD급 영상 두 종류가 준비돼 있다. 한글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건 아쉬운 점이다.
http://www.bloter.net/archives/6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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