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페이스북, 친구를 쓸모없이 만들다

체리사탕 2011. 3. 18. 19:33

프렌즈터(Friendster), 마이스페이스(MySpac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소셜 네트워크들이 혜성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던 5년 전까지만해도, 프렌딩(Friending)이란 말은 동사로 사용되지는 않았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친구들’은 단순히 친구가 아닌 ‘청중’이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마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라면, 소셜 네트워크에 업데이트하는 것은 마치 술집에 앉아 친구들끼리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에 가깝다.

점차 온라인의 인맥이 일면식밖에 없는 지인, 친구의 친구, 심지어 7학년때 교실에서 자신의 뒤에 앉았던 급우까지 아우르게 되면서,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점점 평가절하됐다.

가까운 친구의 삶에 대해 아는 것 만큼이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거리감이 있는 지인들이 저녁식사로 어떤 것을 먹었고, 타이거 우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등,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알게 됐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서 트위터에 접속해 보길 권한다. 트위터에는 친구는 없고, 단지 팔로워만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관계는 관리하기가 훨씬 쉽다. 전 남자친구에게 당신의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줄지 여부를 두고 더 이상 짜증나는 선택을 할 필요도 없고, 누가 당신의 회사가 어딘지, 또 연락처를 보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업데이트 된 글은 웹상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조금 더 심사숙고해서 트위터에 글을 올린다. 또한 트위터 상의 소소한 대화는 단 140자 이내로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장으로 변모하였다.

2009년 가을,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구글과 빙에서 실시간 공개되도록하는 계약을 성사하며, 트위터의 인기를 수익성 나는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얼마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은 트위터 뒤를 이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특정한 실시간 데이터를 구글과 빙에 공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세계에서 5번째로 인기있는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거의 수익성이 없다는 점을 주지하기 바란다.) 페이스북의 대변인 베리 쉬닛은 이번 계약은 금전적인 거래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상호간에 “회사의 가치를 교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페이스북은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것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자신의 업데이트를 친구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며, 공개적인 검색 결과에 자신이 업데이트한 내용이 포함되리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프로필이 공개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이 구글과 빙의 실시간 검색 서비스에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는 거의 없다. 2009년 12월 구글이 실시간 검색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했을때, 검색 결과는 온통 트위터의 업데이트 내용으로 가득했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은 2009년 12월 첫째주에 3억 5천만명의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개인정보 초기 설정을 선보였다. 새로운 정보 설정을 통해 페이스북의 대부분 이용자의 업데이트 사항과 정보는 전세계에 공개된다. 베리 쉬닛 대변인은 새로운 개인 정보 설정 기능은페이스북이 보기에 ” 앞으로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테디 베어를 안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멍청해 보이는 사진을 포함해, 기존에 비공개에 부쳤던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면서 먼저 본보기를 보였다.

또한 페이스북은 기존에 개인정보 영역이었던 프로필 사진, 성별, 거주도시 및 친구 목록들을 공개했다.(이용자들은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유롭게 자신의 거주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프로필 사진을 없앨 수 도 있다고 베리 쉬닛 대변인은 말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발생해, 현재 친구목록의 경우 자신의 친구들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복의 초기 설정을 거절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친구들하고만 교류할 것이다. (베리 쉬닛 대변인은 마지막 조사에서50% 이상의 이용자가 개인 정보 설정 초기화를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의 개인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분발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공개된 친구의 프로필에 무심코 코멘트를 단다면, 당신의 코멘트 역시 공개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친구를 하나의 상품으로 변화시키면서, 점차 업데이트 내역부터 아기 사진,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생일 축하 메시지까지 모든 개인 정보는 수집되어, 예쁘게 포장된 채 팔려나갈 준비가 됐다.

고로 난 포기해 버렸다. 페이스북의 내 개인 프로필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 보다, 가상의 친밀함과 우정을 없애고, 그냥 모든 것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나는 페이스북에서 내 개인적인 삶의 흔적 또한 지울 것이며, 부모님과 상사, 이웃, 혹은 앞으로 날 고용하게 상사 등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은 절대 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당신도 이렇게 할만큼 똑똑할 것이다.

우리는 공개적인 성격이 강화된 페이스북을 우리가 트위터를 다루는 것처럼 좀더 냉정한 태도로 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취약함을 내보이는 장소가 아닌, 마치 방송을 하는 듯한 공간으로 말이다. 페이스북은 지금부터 앞으로도 영원히, 내 글을 보게 될지 모르는 모든 청중을 위하며, 언어를 순화하고 불순한 말을 삼가하며, 조심스럽게 신경써야 할 공간이 됐다. 더이상 친구들과 함께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아니다.